내 반응은 꽤 격했는데 박윤성은 내가 이렇게까지 분노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가 침착할수록 내 감정은 점점 더 격해졌고 마치 혼자만 날뛰는 사람처럼 내 모습만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네가 꼭 조민서한테 뭐라도 하겠다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붙여 널 감시하게 할 수밖에 없어.”
박윤성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할아버지께서 오래 못 버티실지도 몰라. 그 시간 동안 네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 막아야 해.”
‘결국은 그거였구나...’
말을 돌리고 돌려도 끝은 항상 할아버지 때문이거나 조민서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망설임 없이 버려져도 되는 쪽이었다.
“그래서 내가 조민서한테 뭐라도 할까 봐 날 가둬버리겠다는 거야?”
이미 나는 과거 따윈 다 잊어버렸고 그에 대한 감정도 다 지워졌고 머릿속의 기억조차도 텅 비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내가 아직도 묻고 싶은 게 남아 있었다. 그에게 마음 깊이 다치고 절망 끝에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 ‘송지연’을 대신해서라도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왜?”
나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처음에 왜 나랑 결혼했어?”
만약 그때의 스물다섯 살 송지연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아마도 똑같이 물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무시하고 그렇게까지 조민서를 아끼면서 왜 날 선택한 건데?’
‘왜...’
박윤성의 짙은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듯한 얼굴이었다.
물론 대답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공기는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우린 또 침묵의 굴레에 빠져버렸다.
내가 묻지 않으면 그는 말하지 않았고 내가 묻는다 해도 그는 여전히 침묵할 뿐이었다.
“윤성 오빠...”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조민서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쌓아 올린 감정의 장막이 마치 얇은 종이를 찢어버린 듯 단번에 찢겨 나갔고 분위기는 산산이 흩어졌다.
나는 문득 더 이상 답을 알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무심결에 박윤성을 밀쳐내자 그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