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지금까지도 그는 내가 단지 심술을 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송지연은 대체 박윤성을 얼마나 사랑했던 거야?’ 내가 수없이 그의 곁을 떠나겠다고, 그만하자고 말했는데도 박윤성은 여전히 내가 잠시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 여겼다. 나는 더는 입을 열고 싶지 않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내가 단지 떼를 쓰는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그런 사람과 더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나를 품에 안았다. 우리 사이엔 아무 대화도 없었다. 같은 침대에 누워 서로의 가슴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밤낮을 함께 보내면서도 결국은 동상이몽을 꿈꿨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그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가 내 곁을 몇 번이고 지나쳐도 나는 그저 없는 사람인 양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무시당하자 박윤성도 더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은 조용해지겠구나 싶었던 그때 그가 소은하를 데리고 왔다. 처음 소은하를 봤을 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다가와 내 팔을 잡고서야 나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소은하는 내게 윙크하더니 뒤에 서 있는 박윤성을 힐끔 바라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하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뒤따르려다 박윤성에게 팔을 잡혀 끌려 나왔다. 소은하도 내 팔을 잡고 있었지만 그의 힘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텅 빈 팔을 내려다보는 순간 마음도 함께 허전해졌고 무슨 감정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익숙하지 않고 어색했다. 그는 나를 복도 반대편으로 끌고 가더니 벽에 등을 밀어붙이고 깊은 눈으로 날 내려다봤다. “소은하가 오니까 너 아주 기분 좋아 보이더라.” 그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아니, 네가 데려온 거 아니야?” 정작 자기가 데려다 놓고 내가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자 표정을 구기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박윤성은 이를 악물듯 입술을 꾹 다물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