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박윤성의 짙고 깊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예전의 송지연은 대체 박윤성 앞에서 얼마나 비참하게 굴었고 또 얼마나 겁을 먹었던 거야?’
그는 이미 조민서와 손잡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게 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저 내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을 뿐인데 몸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스물다섯 살 송지연의 본능은 여전히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게 뭐가 잘못됐다고!’
‘송지연, 이제는 고개 좀 들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박윤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은 상관없잖아.”
그는 잘생긴 이마를 찌푸렸고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곧 차갑게 소은하를 향해 말했다.
“넌 먼저 나가 있어.”
명백한 명령이었다.
소은하는 나를 힐끔 보더니 눈짓을 한 뒤 얌전히 대답했다.
“지연아, 내일 다시 올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성은 다시금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소은하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없이 박윤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은하는 평소 박윤성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막상 그 앞에만 서면 이상할 정도로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은 아주 미세했지만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착각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윤성이 이미 내 앞에 와 있었다.
“방금 너희 무슨 얘기 했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랑은 상관없는 얘기야.”
박윤성은 얼굴이 굳어버렸다.
“송지연, 아무리 어리광 부려도 정도가 있어야지.”
‘또! 또 어리광이라고?’
나는 지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더는 설명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해.”
박윤성은 잠시 말이 없었고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내가 그의 손을 꽉 붙잡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에게 따지는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너 왜 조민서랑 그렇게 다정하게 굴어? 아무 사이 아니라며...”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