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클럽의 소란스러움이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었지만 내 눈앞엔 박윤성의 날 선 분노만이 가득했다. 조민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연 씨, 오빠 오해하지 마요. 우리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할머니가 몸이 좀 안 좋으셔서 본가에 같이 다녀온 거예요. 마음이 좀 무거워서 술 한잔하려던 거였다고요!” “오빠는 제 안전이 걱정돼서 같이 있어 준 것뿐이에요.” 차라리 대놓고 오해하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는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요? 그럼 계속 같이 있어요. 어차피 그깟 인간이 그렇게 아깝지도 않으니까.” 내 말에 조민서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분노가 치민 듯 날카롭게 날 쏘아봤다.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 해요? 질투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독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독하다고요?” 나는 손목을 슬쩍 돌리며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남의 남편 끌고 다니며 밤늦게까지 술 마시자는 여자가 더 독한 거예요 아니면 그걸 지적하는 제가 더 독한 거예요?” 조민서는 말문이 막혔는지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박윤성의 냉정한 눈빛이 날 스쳤다. “그만해, 송지연. 나랑 같이 가.” 나는 마치 예감이라도 한 듯 그 손길을 피해 한발 물러섰다. “박윤성, 어차피 우리 이혼할 사이잖아. 그러니까 서로 엮이지 말자. 네가 조민서랑 있는 걸 내가 못 본 척할 테니까 너도 나 못 본 척해. 어때?” 박윤성의 미간은 마치 풀 수 없는 매듭처럼 찌푸려졌고 표정은 굳어 있었고 눈빛은 싸늘했다. “그건 안 돼.” 그 말에 옆에 있던 조민서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지만 박윤성이 마치 벽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 가려는 건데?” “놀러 가는 거 안 보여? 이렇게 오랜만에 클럽 왔는데 당연히 즐겨야지.” 나는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박윤성이 나를 내려다보았는데 밤의 조명 아래 그의 눈동자는 더욱 깊고 알 수 없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