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박윤성의 이마에는 핏줄이 올라와 있었고 눈빛은 폭풍 전야처럼 음침했다. 심지어 나는 박윤성의 목에 난 핏줄이 보였고 그 안에서 분노가 들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뭔데 나를 때려?” 나는 미친 듯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내 기억에 지금까지 누군가 내게 손댄 적은 없었는데 박윤성이 내 입을 때린 것이다. 따귀를 때리는 것처럼 모욕적이진 않지만 입을 때리는 것도 더 나을 건 없었다. “네가 뭔데 내 입에 손을 대? 네가 뭔데?” 박윤성이 내 턱을 잡고는 깊은 눈동자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까 한 말 취소해.” “싫어.”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박윤성을 노려봤다. “내가 왜 취소해야 하는데? 네가 하는 건 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건 안 돼?” 박윤성이 나를 침대에 내팽개치자 야릇하던 분위기가 사라졌고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송지연, 어떻게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할 수가 있어?” “네가 한 짓을 짚어주는 사람이 상스러워, 아니면 그런 짓을 하는 네가 더 상스러워?” 이를 악문 채 박윤성을 바라보는데 입안에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조민서 씨는 그저 동생일 뿐이라고? 내 생각엔 동생이라는 명분으로 커플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거야.” 박윤성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내가 알아볼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온몸에 한기가 차오르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박윤성의 손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읍...” 짧은 비명을 지르는데 박윤성이 내 목을 움켜잡자 숨이 올라오지 않아 충혈된 눈으로 박윤성을 바라봤다. “잘못했다고 해.” “아니.” 나는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갈라진 목소리로 고집을 부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손을 뗀 박윤성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렇게 한참 동안 지나서야 박윤성이 입을 열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규칙이 뭔지 다시 배워야겠지. 할아버지 일이 마무리되면 그때 풀어줄지 말지 고민해 볼게.” 박윤성이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깜짝 놀란 내가 뒤에 놓인 베개를 박윤성에게 던졌다. “박윤성, 나를 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