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성은 나를 혼내주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았다. 처음엔 나도 불만으로 가득했지만 며칠이 지나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박윤성은 매일 제때 회사로 나갔고 가끔 야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간은 서재에서 일 처리했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우리 사이는 분단국가처럼 선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었다.
나는 박윤성이 무슨 꿍꿍이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난동을 부리고 행패를 부려도 박윤성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고 변함없는 설산처럼 고집스럽게 내 생각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밤도 여전히 내 뒤에 누워 나를 품에 끌어안으려는데 내가 갑자기 눈을 뜨고 박윤성을 바라봤다.
“내가 잘못했어.”
박윤성이 멈칫하더니 어두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어두운 불빛이 스며들어도 전혀 바뀌지 않을 까만 눈동자는 날카롭기만 했다.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는 18살 때부터 박윤성이 거기 서 있기만 해도 그 얼굴로 많은 사람들이 끔뻑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도 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박윤성을 짝사랑한다는 걸 털어놓은 적이 없었고 훔쳐보는 것에 그쳤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기억 속의 박윤성과 지금의 박윤성은 그래도 조금 차이가 있었다. 여전히 조각 같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성숙함과 차분함이 묻어났고 자유롭고 차가운 기운은 여전하지만 성숙한 남자의 향기가 섞인 것 같았다.
조민서가 왜 그렇게 죽고 못 사는지 알 것 같았다. 기분이 언짢아진 나는 최대한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박윤성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뭘 잘못했는데.”
“너랑 고집부리면 안 되는 건데. 이제 나 좀 내보내 줘.”
“정말 잘못한 걸 인정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나가고 싶은 거야?”
매우 언짢아진 나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애써 진지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스러운 말로 너 화나게 하면 안 되는 건데 용서해 주라. 더는 가둬두지 말고.”
나는 최대한 수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내 태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