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조민서랑도 별로 안 친해 보이던데?”
소은하가 마른기침하더니 말했다.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고윤정은 조민서도 싫어했지만 너도 싫어했어.”
“그랬구나...”
나는 소은하의 옆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너 하나야.”
소은하가 대답했다.
“알지.”
나는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너 믿는 거 알지?”
소은하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 설마 무슨 일 있어?”
“아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소은하를 향해 웃었다.
‘그러니까 은하야, 나 절대 속이지 마.’
박씨 본가에 도착한 나는 소은하와 함께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다가 마당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을 만났다. 박윤성과 조민서가 넓은 마당에 전시용으로 만든 복도에 서 있었다. 이 길로 쭉 걸어 들어가야만 진정한 대문이 보였고 옆에는 여러 가지 값비싼 꽃이 피어있어 철마다 다른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조민서가 박윤성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오빠, 프로젝트팀 구성원들이 내 말을 안 들어. 몇 달을 고생해서 만든 기획서인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돼?”
박윤성이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조민서가 잡은 팔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팔을 뺐다. 조민서는 갑자기 허전해진 손에 멈칫하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 언제쯤 비서실 들어갈 수 있어?”
“너 지금도 비서실 소속이야.”
박윤성이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조민서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오빠랑 더 가까이하고 싶은데...”
박윤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조민서를 바라보자 조민서가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오빠 따라 많이 배우라고 했거든. 조씨 가문이 워낙 많이 기울었는데 나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다른 가문보다 뒤처질 것 같아서...”
소은하가 내 귓가에 대고 차갑게 웃었다.
“정말 올라가고 싶다면 박윤성의 비서로 만족하지 않았겠지.”
나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의 내가 꼭 조민서처럼 그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