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나는 몰래 주먹을 잡고 그가 가까이 오면 바로 한 대 날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윤성은 한참 나를 바라보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저 날 껴안은 채 옆에 누웠다. 나는 깜짝 놀라 몸부림쳤다. “이거 놓으라고!” 내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다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꽉 껴안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의 반응이 느껴졌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분노가 차올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그의 진심이 담긴 말투를 알아차렸고 손목의 고통과 함께 절망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법적으로 부부지만 지금의 나는 18살이고 남자의 손조차 잡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의 생활을 통해 25살의 송지연이 박윤성과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눈에는 내가 박윤성에게 미쳐있는 여자였다. 아마 박윤성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거부를 밀당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만약 진짜 그를 약오르게 한다면... 나는 숨을 죽이고 차분하게 있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넘겨야 했으니까. ... 박씨 가문. 호텔에서 나온 후 박윤성은 내 항의를 무시하고 기사에게 박씨 가문 본가로 데려다주라고 지시했다. 그는 회사에 볼일이 있다며 전화를 받고 서둘러 떠났다. 떠나기 전에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까지 해대는 이 남자, 차에 오를 때 나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별안간 박윤성이 걸음을 멈추고 눈을 희번덕거리는 나를 보더니 눈동자가 한없이 짙어졌다. 나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갔다. 주성현이 뒤에서 황급히 쫓아왔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중요한 회의가 있으세요...”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요?”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전에는 항상 대표님 일정을 챙기셨잖아요.” 이번에는 내가 그를 놀란 듯 바라봤다. “내가요?” 이 남자가 헛소리하는 거라 여길 뿐 전혀 안 믿었다. “박윤성 같은 대기업 오너가 일정이 빡빡한 건 뻔한 사실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