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준이 병실로 들어서는 걸 보고 윤서가 벌떡 일어났다.
“전 나가서 여름이 먹을만한 게 있는지 좀 보고 올게요.”
“아닙니다.”
최하준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이 근처 가게 비위생적입니다. 제가 호텔에 얘기해서 식사 배달하도록 해놨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7성급 호텔 요리라니 우리 여름이 호강하네.’
윤서는 침대에 있는 여름에게 눈짓을 해 보이고는 스르륵 빠져나갔다.
여름도 최하준의 배려에 내심 놀랐다. 이렇게 잘해주다니.... 최하준의 눈에 한 줄기 따사로운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데요.”
여름이 안절부절하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 거나요? 진단서 못 봤습니까?”
최하준의 목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났다.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여름은 당황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직 못 봤다.
최하준이 싸늘하게 뱉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그런 몸을 해 가지고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습니까? 의사가 그러는데 평생 불임이 될 수도 있답니다.”
이번에는 여름도 깜짝 놀랐다.
아직 젊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 생리 주기도 불규칙하고 양도 적어진 것 같았다.
“경고하는데, 난 아픈 사람은 싫습니다.”
최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고했다. 자신과 살고 싶다면 제발 자기 몸을 잘 돌보라는 말을 알아들었으면 했다.
여름은 입을 삐죽거리며 받아쳤다.
“아픈 걸 어쩌라고!”
“아직 입은 살았군요.”
최하준이 다가왔다.
여름은 놀라서 이불로 쏙 들어갔다. 그러다가 상처가 건드려지는 바람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최하준은 여름이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알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가 무슨 괴물도 아닌데 이럴 일인가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
“나와요. 사인하십시오.”
손에 든 서류를 이불에 던졌다. 여름은 위에 ‘혼인 동거 협의’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키지 않았지만 열어보았다. 대략 앞으로 강여름은 최하준과 함께 살아야 하며 강여름은 식사와 청소, 고양이를 돌봄, 최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