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확인한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하준은 친구와 지다빈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년 더 지내면 어떻게 될까?’
여름의 손이 저도 모르게 얼굴로 올라갔다.
‘이제 난 더 이상 예전처럼 예쁘던 강여름이 아니야.
그런데도 최하준이 나를 계속 사랑해 줄까?’
여름은 불쑥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은 혼자서 서재로 들어갔다.
곧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다빈이 나갔나 보군.’
여름은 나가보지 않았다.
밤 11시가 되자 문이 벌컥 열렸다. 하준이 들어왔다.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눈썹에서 느껴졌다.
“강여름 씨, 아직 다 안 했습니까?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방으로 와서 잘 생각을 안 합니까? 지다빈 때문이라면 이미 나갔습니다.”
“먼저 가서 주무세요.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
여름은 하준을 쓱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하준이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얼굴을 해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적당히 해야지,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단 말입니다.”
하준이 의자에 앉은 여름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 말투가 사뭇 사나웠다.
“나한테 이런 얼굴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다른 여자를 잡았던 손으로 날 만지지 말아요.”
여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냈다.
그 순간 하준의 분노가 폭발했다.
“뭘 잡아요? 사람이 다쳤쟎습니까? 이모님 불러서 상처 소독하고 드레싱 하라고 한 것까지 가지고 질투합니까? 나는 뭐, 길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봐도 여자면 구해주지 못합니까?”
여름은 씁쓸함을 꾹 누르며 비아냥거렸다.
“최 회장님은 정말 사람 구해주는 걸 좋아하시네요. 평소 차윤 씨나 상혁 씨에게는 그렇게 다정하지도 않으시면서.”
“말이 안 통하는군요. 요즘 내가 너무 잘해줬나 봅니다?”
하준은 손을 놓았다.
“서재에 있고 싶다면 실컷 서재에 남아서 반성하십시오. 질투도 정도껏 해야지.”
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싸늘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여름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