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Abra la aplicación Webfix para leer más contenido increíbles

제3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태진이 눈살을 찌푸렸고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 “내가 병원에 왔다는 걸 안다고?” 정시훈이 서둘러 대답했다. “대표님 신분은 밝히지 않았고 세온시 재벌이라는 소문만 돌고 있어요. 제가 이미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따가 병원장님이랑 다시 한번 강조할 테니까 아무도 모를 거예요.” 박태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표정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은성은 어디 있어?” 정시훈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아직 몰라요. 도련님이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했어요. 위치추적기로 확인하려고 했는데 휴대폰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어요. 아마도 발견하고 해제했나 봐요.” 박태진은 할 말을 잃었고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나중에 IT 부서한테 다시 개발하라고 해. 애송이도 해킹하는 정도라니, 멍청한 놈들!” “네.” 정시훈이 서둘러 대답했고 속으로 투덜대기 바빴다.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도련님이 천재라서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고작 5살짜리 아이가 이런 대단한 해킹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전문가들은 뭘 먹고 살라는 거지? 물론 박태진은 정시훈의 생각 따위 꿈에도 몰랐다. 이내 두말없이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허소원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박은성은 병원장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벨 소리가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녀석의 말투는 날아갈 듯 기뻤다. “박은성, 어디야?” 싸늘한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울려 퍼졌다. 공간이 좁은 데다가 음량마저 높아 허소원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순간 넋을 잃은 그녀는 두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절대로 착각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박태진 그 개자식? 설마...’ 박은성은 표정이 돌변하는 허소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아빠, 좋은 소식이 있어요. 제가 엄청 예쁜 이모를 마주쳤는데 실력이 대단한 명의시래요! 아빠를 치료해달라고 이미 얘기가 끝난 상황이에요.” 녀석은 신이 나서 휴대폰 너머로 희소식을 공유했다. 허소원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우연히 마주친 꼬맹이가 박태진의 아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벌써 이렇게 컸단 말인가? 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박은성은 이미 자신의 위치를 공유해주었다. 곧이어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어디 가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찾아갈게.” 말을 마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박은성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허소원에게 말했다. “예쁜 이모, 우리 아빠가 온다고 하니까 곧 만나게 되실 거예요.” 허소원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녀석의 얼굴이 박태진의 미니미 버전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는 왜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지? 게다가 조금 전에 사람들이 ‘세온시 재벌’이라고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으면서 어떻게 박씨 가문을 깜빡할 수 있지? 다시는 박태진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허소원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비록 약속은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번복해야만 했다. 이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꼬마야, 미안. 방금 한 약속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급한 일이 생겨서 아무래도 병 치료는 힘들 것 같아.” 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재빨리 아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정말 미안해. 이모는 바빠서 이만 가볼게.” “네?” 어리둥절한 박은성은 무의식중으로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다. “이모, 잠깐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소원은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이가 간절히 부탁한 만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무려 박태진, 그녀가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이번에 세온시를 방문한 목적은 수술을 무사히 마치는 것도 있었지만 주요하게 회사의 제약 연구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그녀의 친부는 명담 제약 명가 성남 그룹의 오너였다. 성남 그룹은 의약으로 유명했고 약재, 의료기기, 병원, 약물 연구 개발까지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사에서 진행 중인 의약 연구 프로젝트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녀의 도움이 절실했다. 비록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지나간 인연은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아이의 부탁일지언정 모질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뒤꽁무니를 빼기 급급한 허소원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 걸어오는 일행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태진이었다.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슈트를 입고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고 모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가 움직이자 사람들도 눈길을 돌렸다. 정작 본인은 안중에도 없었고 그윽한 눈동자로 멀리서 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같은 방향이라 마침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가녀린 모습도 얼핏 눈에 들어왔다. 비록 찰나에 불과했고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모습이며 전처인 허소원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온 건가? 박태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따라가려고 무의식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Webfic, todos los derechos reservados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