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허소원은 힘겹게 박태진을 부축해 안방까지 데려다 준 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인테리어는 아래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색과 흰색으로 절제된 색감, 냉정하고도 깔끔한 미니멀리즘.
이 공간은 그야말로 박태진 그 자체였다.
그때, 박은성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아빠 목욕물 받아드릴게요.”
“같이 가자.”
허소원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서 아이를 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툭.”
그러자 갑자기 모든 불이 꺼졌다.
방 안에 암흑이 내려앉는 순간, 허소원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뭐야? 왜 갑자기 불이 꺼진 거야?”
작전 성공!
박은성은 속으로 흐뭇했지만 겉으로는 깜짝 놀란 척 말했다.
“모르겠어요. 정전인가 봐요.”
허소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은 최상급 빌라였다. 기본 설비에 비상 전력까지 완비된 곳인데 정전이라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밖에 있던 박태진이 상황을 모르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방금 무슨 소리 났어?”
“아빠, 불이 나갔어요. 정전 같아요.”
아이는 침착하게 대답한 뒤, 허소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모, 잠깐 여기 계세요. 집사 할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볼게요.”
“안 돼. 지금 이렇게 어두운데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허소원이 급히 말렸지만 아이는 시계에 내장된 조명을 켜며 씩 웃었다.
“괜찮아요. 이걸로 불빛 비추면 안 넘어져요.”
그리고는 허소원이 말릴 틈도 없이 재빠르게 뛰어나가 버렸다. 너무 순식간이라 허소원은 뒷말도 못 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조심스레 욕실을 빠져나와 방 안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소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태진은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저 근처에서 기다리려나 보다 했지만 그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러다 소파나 테이블에 부딪치겠는데...’
그가 말리려는 찰나, 일이 터졌다.
허소원은 분명 몇 걸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대로 박태진의 무릎 위로 넘어지듯 안겼다.
박태진은 또 한 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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