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진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수진의 엄마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았지만 강제적으로 가은을 쫓아내겠다고 할 줄 몰랐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지화영을 달랬다. “수진 어머니, 이 일은 아이를 내쫓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 사이에 흔히 있을 법한 일이에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지화영은 진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 선생님, 내 딸이 맞았다는데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요? 가해자를 저대로 내버려두다가 수진의 팔이 부러져야 심각하다고 할 생각인가요? 진 선생님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도 해요. 만약 내가 책임을 묻는다면 선생님도 같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요. 수진의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잊은 건 아니죠? 진 선생님이라면 현명한 선택을 할 거라고 믿어요.” 지화영은 진 선생님이 가은의 편을 들면 바로 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 진 선생님은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숙였다. 지화영의 남편은 세온시에서 관직이 높은 사람이었다. 지화영한테 밉보이게 되면 평생 취직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진 선생님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을 하기에 사람을 협박하는 거죠?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아주 궁금해지네요.” 그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당당하게 들어온 남자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다. 회색 정장 차림을 한 그는 잘 깎은 조각상처럼 완벽한 미모를 뽐냈다.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풍겨서 아무도 그와 쉽게 두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비서와 경호원들을 데리고 온 그는 바로 박태진이었다. 박은성은 박태진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손을 흔들었다. “아빠, 왔어요?” 지화영은 이제야 정신이 번뜩 들어서 고개를 들었다. 박태진이 어린이집까지 직접 올 줄 몰라서 깜짝 놀랐다. 진 선생님도 놀라서 숨죽이고 있었다. 박태진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서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