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다들 소원 이모를 싫어하고 험담만 하잖아.’ 박은성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나서서 이모 편을 들 수도 없었고, 결국 뾰로통한 표정으로 수저를 내려놨다. “저는 배불러요. 먼저 일어나볼게요.” 대충 인사를 건네고 박은성은 의자에서 내려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은성아!” 몇몇 어른들이 놀라서 아이를 불렀지만, 박은성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송연희가 중얼거렸다. “얘는 대체 왜 저래?” “혼자니까 좀 지루했나 봐요. 괜찮아요, 제가 데리고 올게요.” 허지유가 눈치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박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갈게. 정비서.” “네!” 문밖에 대기 중이던 정시훈이 곧장 들어와 박태진을 부축했고 두 사람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박은성은 룸에서 빠져나와 건물 안쪽 전망대로 향했다. 그리고 유리 벽 앞에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았다. 이에 정시훈이 다가가 부드럽게 불렀다. “도련님.” 박은성은 힐끔 돌아보다가 온갖 불만을 담은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고 입을 삐죽 내밀고는 대답도 없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박태진이 박은성 앞에 멈춰 섰다. “갑자기 왜 나간 거야? 그렇게 뛰쳐나오는 건 예의가 아니지.” 박은성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 사람들처럼 남 험담하는 건 예의예요? 그날 어린이집에서 만난 예쁜 이모가 아빠 전 와이프 맞죠? 그렇게 예쁘고 착한 사람을 무슨 나쁜 여자처럼 말하던데, 그게 더 나쁘잖아요.” 속에 있는 말을 꾹꾹 눌러 참다가 터진 듯, 한꺼번에 쏟아냈다. 솔직히 박은성이 보기엔 허지유가 훨씬 나쁜 사람 같았다. 박태진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박은성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이런 이유로 뛰쳐나간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일 때문에 화가 난 거야?” ‘당연하죠!’ 하지만 티를 너무 내면 아빠가 눈치챌까 봐, 조금 돌려 말했다. “그것만은 아니고. 아빠한테 자꾸 허지유 이모랑 결혼하라고 강요하잖아요. 그 사람이 엄마 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