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동하가 가리키는 곳에는 그녀도 모르는 세탁기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탁기 여기 있잖아요. 내가 사다둔 건데?”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사실 전동하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다 둔 지가 언젠데 모르고 있었던 거야?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무디단 말이지...
한편, 소은정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세탁기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뭐야? 언제 가전제품이 하나 늘어난 건데.
그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전동하가 걷었던 소매를 내렸다.
“공주님, 그만 보세요. 더 보면 날 어두워져요. 그리고 어두워지면... 은정 씨 못 나갈지도 몰라요.”
전동하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소은정이 얼굴을 붉히며 그를 흘겨보았다.
“뭐래. 나 갈 거예요.”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전동하가 물었다.
“내가 데려다줄까요?”
차키를 챙기는 전동하를 향해 소은정이 물었다.
“약속 있다면서요? 내가 알아서 갈 수 있어요.”
“약속보다 은정 씨가 훨씬 더 중요하죠.”
그거야 당연히 은정 씨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런 거죠...
소은정도 말은 안 데려다 줘도 괜찮다고 하면서 마음 한 구석은 달콤했다.
거성그룹으로 가는 길, 소은정은 임춘식과 했던 대화를 다시 얘기해 주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유럽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특별히 출장까지 갔던 전동하였다. 이 일 때문에 인맥을 총동원했던지라 이렇게 허가가 빨리 난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잠시 후. 거성그룹 앞.
예상 밖에도 임춘식은 건물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춘식도 거성그룹 대표인데 다른 그룹의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건물 앞까지 마중을 나온다는 건 분명 평소와는 다른 행보였다.
차 안에 있던 전동하가 임춘식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도 저런 스타일이에요?”
“그냥 오늘 뭐 잘못 먹은 거 아닐까요?”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벨트를 풀어주고 핸드백까지 건넨 전동하가 말했다.
“어차피 내 쪽은 되게 금방 끝날 거예요. 먼저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