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박예리가 바로 박씨 일가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소은정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소은찬과 골프 약속을 잡은 소은정은 프라이빗 골프장으로 향했다. 푸르른 숲에 둘러싸인 골프장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1년 365일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소은찬이 그나마 즐기는 운동이 바로 골프였다. 한신연구원에 취직한 뒤로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소은정이 특별히 잡은 약속이었다.
하지만 골프에는 영 젬병이었던 소은정은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아에 포기하고 옆에 앉아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유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나 재밌는 얘기 들었다. 박예리가 집에서 쫓겨났다며? 그리고 이태성이랑 스캔들 난 건 또 뭔데?”
소은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게 무슨 스캔들이야.”
“걱정하지 마. 소문은 안 퍼졌으니까. 파티 끝나기 전에 누가 단단히 입단속을 시켜서 말이야.”
한유라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뭐 그런 일을 할만한 사람이라면 박수혁 아니면 이태성이겠지 라는 생각에 소은정은 굳이 묻지 않았다. 그쪽에서 먼저 나서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한유라가 갑자기 말을 돌리더니 박예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집에서 쫓겨난 뒤 박예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서 말이다.
“태한그룹 쪽에서도 아무런 움직임도 안 보이고.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박예리를 구한 은인인 건 맞지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도 너잖아? 박수혁이 여동생 복수를 한답시고 또 치사하게 구는 건 아니겠지?”
한유라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소은정이 차갑게 웃었다.
“걱정해야 할 건 오히려 그쪽이겠지...”
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휴대폰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두 눈을 감았다.
하, 복수? 하라고 해. 누가 무섭대?
자리에서 일어선 소은정은 다시 골프를 치기 시작했지만 골프공은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홀을 빗겨나갔다. 옆에서 보다 못한 소은찬이 다가가 그녀의 뒤에서 자세를 잡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