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갑자기 남유주를 비난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아이를 이용해서 접근하는 게 역겹다고 말했던 것 같았다.
남유주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 찔리는 게 있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솔직한 사람이었기에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을 숨기고 가면을 쓴 사람은 성미려였다.
그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려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비슷한 인생관을 가진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성미려는 너무 성급하고 지나치게 자만했다.
그는 손을 뻗어 여성용 지갑을 집어들고 차갑게 말했다.
“내일 퇴원 절차 처리할 거야. 앞으로는 다시 그 여자 만나지 마.”
아마 지갑도 일부러 흘리고 간 것이 분명했다. 박수혁에게 자신이 아이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티를 내고 싶었을 것이다.
성미려는 아이의 순수함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그 점이 더 혐오스러웠다.
박시준은 전혀 아쉬워하는 내색 없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저한테 큐브를 선물한 그 이모… 지난번에 저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해도 될까요?”
박수혁은 움찔하며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음에. 그 이모 요즘 바빠.”
“네.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박수혁이 무언가에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아이는 눈치챘다.
오늘 자신을 보러 와준 것만으로도 기뻤다.
박수혁은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오른 그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오늘 퇴근 좀 늦게 해야겠어. 이거 성미려 씨한테 돌려줘. 그리고 지갑에 뭐 없어진 거 없나 잘 확인하고 없어진 게 있으면 배상해 준다고 해.”
박수혁은 아들을 못 믿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그 여자들이 또 무슨 흉계를 꾸밀지 믿을 수 없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알겠습니다.”
운전기사는 박수혁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성미려에게 지갑을 돌려주러 갔다.
박수혁의 운전기사가 찾는다는 얘기를 듣자 그녀는 다급히 그를 안으로 모시라고 시켰다.
운전기사는 공손하게 지갑을 건네고 박수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성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