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있는 게 어떤 건지 느껴보려고.”
영빈은 조수석에 앉아 얼굴에 공포를 드러낸 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임창수가 어딘가에 부딪혔거나 무언가에 씐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이상한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평범한 사람이 되어서 일찍 결혼하고 아내와 아이가 있는 삶이라고?’
이건 절대 거만하고 제멋대로며 인생을 장난처럼 여기는 임씨 가문 도련님이 할 말이 아니었다. 너무 무서웠다!
...
온나연이 감정 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해가 지고 하늘에는 주황빛 구름이 띠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차 안에 앉아 넓게 펼쳐진 주황색 구름을 바라보며 문득 [다크 글로리]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줌마가 마침내 반평생 자신을 옭아매던 결혼 생활에서 벗어났을 때 차 안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망할, 노을이 더럽게 예쁘네.”
지금 온나연도 그 말에 무척 공감했다.
오전에 10년 가까이 되는 관계를 정리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는데 뒤돌아보니 여전히 노을은 아름다웠고 그녀는 계속해서 내일을 살아가야 했다. 아무도 앞으로의 인생에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상할 수 없다. 온나연도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비가 된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나연아, 드디어 왔네.”
이민영은 이미 감정 센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온나연을 보자마자 재빨리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망자는 스무 살 남짓한 여성으로 몸 여러 군데 멍이 있어. 신고자는 과음한 뒤 스스로 강에 빠져 익사했다고 했지만 나는 어딘가 수상한 느낌이 들어. 네가 답을 좀 찾아줘.”
“알겠어, 기다려.”
온나연은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걸어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혼자서 여성 시신이 놓인 부검실로 향했다.
온통 흰색의 차가운 부검실은 음산한 냉기를 풍겼고 숨진 여자는 나체로 부검대에 누워 있었다.
보통 여자라면 이런 광경을 보고 벌써 겁에 질려 쓰러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