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의 기세가 잠시 누그러졌다.
청이의 말이 맞았다.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은 대의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접어두는 것이었다.
원래는 남자답게 받아들이고 넘길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황혜교는 달랐다. 그녀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천후도 더 이상 참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황혜교 선배님, 등천로가 이미 시작됐어요. 이 길은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 되돌아갈 순 없어요. 우리에겐 후퇴라는 선택지가 없단 말입니다.”
청이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게다가 이곳의 혹독함이 어떤 수준인지 다들 알고 있겠죠. 누구도 무사히 이 길을 완주할 거란 보장은 없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접어두고 서로 협력하는 편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청이의 부드럽고도 단호한 말에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황혜교조차도 결국 자세를 풀었다.
사실 그녀가 무기를 거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에 초월은 그녀에게 직접 경고했었다. 등천로에서는 이천후와 충돌하지 말라고.
그래서 황혜교는 끝내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좋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유예일 뿐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이천후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확신이 없지만 충분한 힘을 갖춘다면 언젠가 반드시 결판을 지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천후의 명성이 최근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고 그녀도 그간 들려오는 그의 업적을 무시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는 강했다. 너무나도 강했다.
지금의 그녀로서는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일단은 때를 기다리자.’
황혜교가 무기를 거두자 이번에는 오히려 이천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가 날 보자마자 덤벼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물러나네?’
하지만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었다.
괜히 상대가 원치 않는 싸움을 걸어봤자 얻을 것은 없으니까.
마침 청이와 마주쳤으니 그녀에게서 칠성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터였다.
양측이 전투 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