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두 여인의 뒷모습을 흘끗 보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청이가 황혜교를 선택한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그는 4대 문파의 제자들을 찾아 복수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질 것은 자명했다. 청이를 곁에 둔다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그놈들이 이렇게까지 잔혹할 줄은 몰랐어. 단지 연씨 가문 가주님과 내가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연씨 가문 사람들을 몰살시키다니...’
‘다들 하늘에서 보고 있겠지. 반드시 그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겠어! 내가 등천로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악랄한 놈들을 하나하나 처단하겠어!’
이천후는 공간 반지에서 술잔을 꺼내더니 무릎을 꿇고 참혹하게 희생당한 연씨 가문의 원혼들을 향해 술을 따랐다.
한참 지난 후 그는 다시 길을 나섰다.
그의 목적지는 바로 앞에 있는 안전 거점이었다. 거기서 우나연을 찾아야 했고 무엇보다 4대 문파의 자취를 쫓아야 했다. 복수를 하려면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가야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은폐도 하지 않았다. 천조 신곤을 어깨에 걸치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태허 세계의 사람들은 이미 초기 제병이 그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등천로에는 대능자 같은 강대한 존재는 없으므로 굳이 감출 이유도 없었다.
‘초기 제병의 위력이 이 등천로에서 빛을 발하게 될 거야. 그 시작을 4대 문파로 열어볼까.’
이천후는 싸늘하게 웃으며 길을 재촉했다.
안전 거점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몇몇 무사들과 마주쳤다. 정보를 얻기 위해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그들은 그가 다가오자마자 마치 화살을 본 새처럼 황급히 몸을 피했다.
모두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마치 이천후가 언제라도 그들을 해칠 것처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이천후는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막 등천로에 들어온 무사들이라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길을 나선 후 그는 점차 등천로의 환경을 파악해 나갔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