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원 서편 전각의 안개가 갑자기 요동쳤다. 봉무의 손바닥 위에 놓인 백옥 영패가 맑은 빛을 뿜어냈고 그 빛을 따라 우나연이 전각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쇠사슬에 얽혀 옥기둥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 중이던 조민희를 발견했다.
“이제야 왔네.”
조민희는 인기척을 듣고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나 이 귀신 들린 곳에 갇혀서 숨 막혀 죽을 뻔했다고.”
이천후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민희 성녀를 구하려다가 전 마기에 휘말려 고깃덩이 될 뻔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늦게 왔다고 칭얼댈래요?”
“저흰 자유신장 때문에 하늘에서 딱 떨어졌어요.”
우나연이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천후 오빠는 거의 마두한테 죽을 뻔했어요.”
조민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이천후의 피가 마르지 않은 소매를 훑었다.
“이 정도 은혜면 내가 몸으로 보답해야 할까? 새끼 사자는 맨날 선천성 성체 도태 어쩌고저쩌고 떠들던데.”
“그만해요!”
이천후는 반 발짝 물러서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민희 성녀는 잡힌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요? 음양 성자는 어떻게 민희 성녀를 제압한 거예요?”
조민희는 본래 수련이 깊고 머리도 비상하며 성격까지 천방지축이라 그런 성자들이 손도 못 대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음양 성자한테 당했다니?
조민희는 한숨을 내쉬고 설명을 시작했다.
“대도의 상처를 입었어. 치유하려면 천년 도원과가 필요했는데 마침 음양 성자가 그걸 갖고 있다고 해서 따라온 거야. 그런데 그 자식이 이곳 진법으로 날 억눌렀고 거기다 금선부로 내 힘을 봉인했어. 그래서 꼼짝없이 갇혀버렸지. 뭐, 그래도 그놈이 나한테는 꽤 신사적이었어. 다정하게 말하고 손도 안 대고 정말 젠틀했달까?”
“뭐요? 그 미친놈이 신사적이었다고요?”
우나연은 얼굴이 붉어진 채 버럭 소리쳤다.
“음양 성자 그놈은 약혼식을 미끼로 요족의 젊은 천재들을 모조리 속여서 없애려던 거였다고요! 심지어 언니의 보리도체 본원까지 노리고 있었잖아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