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환은 어디 갔지...”
이천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앞뜰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발걸음을 옮겨 가보니 오색찬란한 꼬리를 흔드는 십진계가 마당을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뒤로는 냄비며 국자 같은 걸 든 청년 일곱, 여덟 명이 열심히 뒤쫓고 있었고 탁재환은 허공에 곤봉을 휘두르다가 그만 약초를 말리던 대나무 선반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다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천후는 닭장 앞에 몰려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조민희는 대나무 바구니를 손에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죽일 수탉이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알을 하나도 못 낳았어! 내가 특별히 성휘초로 둥지도 깔아주고 영천수까지 먹였는데 말이야!”
“저놈을 그냥 푹 고아 먹는 게 나아!”
탁재환은 손으로 허벅지를 탁탁 치며 성을 냈다.
“어젯밤에 저놈이 그 귀한 쇄성후 고깃덩어리 일곱 점을 꿀꺽했어. 내가 보물탕도 세 그릇이나 퍼줬고 거기다 천수정의 정수 다섯 잔까지 들이부었다고! 그런 귀한 천재지보를 먹었으면 알이 아니라 바로 병아리라도 낳아야지 않겠어?”
그때 도도한 눈빛의 도화는 손끝에 연분홍빛 실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 보물들을 영석으로 환산하면 약왕곡 절반은 사고도 남을 양이야. 내 생각엔...”
그녀는 갑자기 실을 뻗어 십진계의 목을 칭칭 감았다.
“지금 잡아죽이면 약성이라도 보존하겠네.”
“쳇쳇쳇! 너희가 뭘 안다고!”
십진계는 줄에 꽁꽁 묶인 채 목을 곧게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알 낳는 데도 격식이 있어!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낮 12시 45분 즈음에 낳아야 하는데 너희는 해 뜨기도 전에 달려와서 난리냐?”
이때 이천후는 손가락을 튕기며 금빛 광선을 날려 실줄을 끊어냈다.
“좋아. 그럼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올라올 때까지만 기다려줄게. 그때도 알을 못 낳으면...”
그는 싸늘하게 웃었다.
“오늘 저녁 반찬은 너로 정했어. 닭구이 말이야.”
그제야 사람들은 해산했다. 마을 어귀에서 공작 성녀가 오색 신광을 감싸고 단정히 좌선하고 있었고 이천후는 악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