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갈라지며 귀를 찢는 봉황의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불꽃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신성한 화염에 둘러싸인 존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바로 선계의 자손이라 불리는 선황 성자였다.
그의 전신을 감도는 도법의 파동이 허공을 왜곡시켰고 그 몸은 실체가 없는 듯 흐릿하여 언제라도 허공에 녹아들 것 같았다. 눈을 뜨고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강렬한 광채가 마치 태양이 육신을 얻은 듯 사람들의 시야를 태워버렸다.
그때 굉음과 함께 구름바다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 틈을 타 조민희가 구름을 밟고 내려왔는데 그녀의 등 뒤로 수많은 가닥의 흑발이 별빛을 머금은 채 바람에 휘날렸고 눈부시게 하얀 피부 아래에 수많은 금빛 문양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머리 위로 천 리를 아우르는 강산의 그림이 펼쳐졌다. 장엄한 산과 땅, 힘차게 흐르는 강이 마치 실제 세계처럼 진동하며 천지를 울렸다.
그것이 바로 조민희의 영역인 ‘강산만리도’였다. 그녀의 백옥 같은 손끝이 하늘을 가르자 그림은 활짝 펼쳐졌고 그것은 하나의 진짜 세계처럼 그 자리에 솟아올랐다. 이 세상 전체를 그 그림 안에 삼켜버릴 기세였다.
그러자 선황 성자의 발밑 공간이 갑자기 뒤틀리며 마치 낙엽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그의 몸이 삽시간에 그림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수묵으로 그려진 산봉우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천 수만의 봉우리들이 감옥이 되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인간족 보리도체가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이 정도의 영역으로 날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과 함께 그림 속 세계에 붉은 번개가 튀었고 그 속에서 한 자루의 주홍색 보기가 수묵 운무를 갈라내며 솟구쳤다. 깃발이 펄럭이자 핏빛의 날카로운 기운이 튀어나와 강산을 한가운데서 가르더니 산천을 파쇄했다.
선황 성자는 날개를 퍼덕이며 그림을 찢고 탈출했고 찢겨나간 화폭 조각은 하늘에서 불나방처럼 날아다니며 불꽃으로 타올랐다.
조민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눌러왔던 강산만리도, 그 무적의 영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