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겁을 통해 몸을 단련한 이천후는 이제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염라대왕이었다. 그 기세에 현장에 있던 수많은 이들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전부 물러서! 이천후는 이미 기세를 이뤘어. 내가 직접 저놈을 상대할 거야!”
요광 성자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려 있었고 온몸에서 별빛 같은 기운이 일어났다.
그때 멀리 부서진 바위 더미 속에서 핏빛 두 줄기가 솟구쳤고 세찬 태자와 유명 성자의 산산이 조각났던 육신이 놀랍게도 다시 조립되듯 붙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회색으로 질려 마치 말라죽은 나무껍질 같았고 원래는 넘치던 혈기조차 지금은 바람 앞 촛불 같았다.
조금 전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일격이 그들의 생명을 거의 끊어놓았던 것이다. 설령 죽지는 않았어도 이미 반쯤은 끝장난 목숨이었다.
유명 성자는 피 묻은 입가를 떨리는 손으로 훔치고 손톱이 손바닥 속으로 파고들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은 고대의 대교파에서 수천 년 동안 숨겨두고 갈고닦은 천교들이었고 이번 대세의 주역이 될 운명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떠오른 신예 하나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근본조차 망가져버렸다. 설령 성약을 들이부어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이천후라는 이름은 다시는 넘볼 수 없는 벽이 되어버렸다.
“성수님! 제발 저 악마 같은 놈을 없애주십시오!”
그는 쇳소리가 섞인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피로 물든 저 하얀 옷의 청년은 이제 도심 위에 떠 있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그가 살아 있는 한 그는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그 순간 심마가 그의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한편 이천후의 시선은 오직 요광 성자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요광 성자는 적산의 제일 천교이자 그의 절세 기연을 파괴한 원수다. 그러니 이놈을 죽이지 않고는 이 울분을 풀 수 없었다.
그리고 요광 성자 역시 허공에 선 채 이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둘은 허공에서 눈을 맞추었고 말없이 날을 세웠다.
요광 성자의 표정은 한없이 무거웠고 그의 기운은 점점 끌어올라 마치 수십 마리의 용이 하늘을 찢고 오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