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황전의 고위층이 선뜻 오천 근의 육품 선정을 포기한 건 김치형이라는 초대형 거물을 낚기 위해서였다. 그의 자금력은 그 자체로 이미 천금이 넘는 자산이자 잠재력이며 앞으로 등룡각이 벌어들일 수익과 거래량을 생각하면 당장 손해 보는 듯한 몇 천 근쯤은 가볍게 감수할 만한 미래 투자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천후가 입 밖에 꺼낸 그 말 한마디는 등룡각의 속내를 정통으로 찔렀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친분의 증표’는 없었다.
“오천 근 육품 선정 가지고 뭐 이렇게 난리야. 마치 무슨 세상의 끝인 것처럼.”
김치형은 이천후가 두 손으로 강산대를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힐끗 보고는 짐짓 지겨운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
하지만 이천후의 이마에 푸르딩딩한 핏줄이 두 가닥 더 솟구쳤고 손가락 마디에서 뚜렷하게 ‘까깍’ 소리가 났다.
‘이 자식이 진짜...’
배 터진 놈은 굶주린 놈의 설움을 모른다더니, 이건 뭐 허공에 앉아서 밥 이야기를 하는 꼴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밑천이 어땠는지를 김치형은 몰랐다. 이천후는 말 그대로 목숨을 줄에 매단 채 바닥부터 기어올랐다. 한밤중에 북제의 상단을 털고 도둑처럼 숨고 도망치며 지존연맹의 추격을 뚫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발바닥으로 뛰고 싸우고 무릎 꿇고 버텼다.
그렇게 겨우겨우 모은 오품 선정이 백수십만 근이었고 땀과 피, 위협과 공포가 스며 있는 자산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작자는 아무 감흥 없이 이만 근짜리 육품 선정을 냅다 던져버리고 되돌려주는 것도 귀찮다며 그냥 버리려 했다.
진심으로 목구멍까지 올라온 분노를 꿀꺽 삼킨 이천후는 입을 다물었다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저기... 저 도련님만 신경 쓰지 마시고 제 물건도 좀 신경 써주시는 게 어때요?”
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평온하게 유지하려 애쓰며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제가 요청한 나무 속성 최상급 보물은 어떻게 됐죠? 설마... 까먹은 건 아니죠?”
“아! 죄송합니다!”
연장자 제자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