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8장

그 광경을 목격한 어린 비구니는 완전히 얼어붙은 듯 눈을 크게 뜬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절대적 권위를 상징하며 모든 것을 억누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황의 법지가 지금 이천후의 광풍 같은 맹렬한 공격 아래서 빛이 꺼졌다 켜지며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토록 강고해야 할 법지가 이천후에게 상대조차 되지 못한 채 무너질 듯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서현지는 초점 잃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법지가 너무 심하게 손상된 건가, 아니면 이천후가 상식을 초월할 만큼 강해서 인황의 남은 위세조차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건가?’ 어느 쪽이든 그녀의 심장을 서늘하게 얼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전장의 흐름은 이미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있었다. “죽어라!” 대요 황자의 절규는 더 이상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피가 서린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고 그는 모든 것을 불태우듯 자신의 본원 정혈마저 거침없이 연소시켰다. 붉은 노을처럼 번쩍이는 혈염이 전신의 모공에서 분출되어 생명의 근원과도 같은 힘이 부서진 법지 속으로 미친 듯이 흘러들었다. 동시에 그의 몸속에 남아 있던 황도룡기마저 모조리 짜내어 가느다란 황금 기류로 변환하고 법지에 주입했다. 웅... 그러자 산산이 금이 가 있던 인황의 법지가 순식간에 눈부신 광휘를 폭발시키며 마치 억겁 동안 잠들어 있던 흉수가 억지로 깨어난 듯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 찬란한 금빛 한가운데 법칙과 무상의 의지가 뒤섞여 응축된 고대의 거대한 ‘살’ 자가 불타는 낙인처럼 떠올랐다. 단 한 글자뿐인데도 그것은 태고의 제정에서 내린 절대 명령을 담고 있었고 인황이 천하를 굽어보는 절대 의지를 품고 있었다. 그 글자가 나타나는 순간 구천의 뇌성이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며 공간 전체가 진동했다. 형체 없는 압력이 쓰나미처럼 퍼져 나가 웬만한 왕급 신병이 뿜어낼 수 있는 위세를 훨씬 능가했다. 허공 저편에서는 황금빛 질서의 신쇄가 어렴풋이 얽히고 깜박이며 혼백마저 전율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