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님은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정면으로 판을 깐 거야.’
이천후의 마음속에 분명한 깨달음이 떠올랐다.
민예담은 단순히 얕은 수로 감추려다 들킨 게 아니었다. 오직 같은 부류의 영리한 자들만이 서로 알아챌 수 있는 방법으로 은근히 전한 것이다.
‘천후 님, 저는 이미 봤어요. 천후 님이 오문 혈과를 키워내는 수법을요!’
이천후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빛을 깊고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가 고품질 혈과를 길러낼 수 있다는 사실은 민예담에게는 이미 드러나 있었다. 그때 천기의 약전에서 법력을 쓸 때 확실히 조금은 경솔했었다. 그러나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 혈과가 천기성에 그토록 막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그럼에도 이 순간 이천후의 입가에는 은밀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비법이 드러난 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천기 혈과가 천기성에 지닌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단순히 수련의 보물에 그치지 않고 아마도 성지의 더 깊숙한 전승과 핵심 이익에까지 연관된 물건일 터였다.
중대한 보물을 손에 쥐었는데 타인이 아는 게 무엇이 두려우랴. 이천후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민예담이 이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곧 그가 천기성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천근, 만근으로 불어나리라는 뜻이었다.
이 패는 앞으로 그가 천기성과 손을 맞잡을 때 단단히 주도권을 움켜쥘 수 있는 결정적 카드였다. 성지는 그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그가 끊임없이 길러내는 고등 혈과를 원한다. 그것을 위해 성지가 치를 수 있는 대가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천후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주도권을 쥔 자라 해도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암살의 화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그의 눈빛이 가늘게 날카로워지며 마음이 일렁이자 곧 만년화신의 운행이 시작되었다.
웅...
미간에서 한 줄기 응축된 신념의 실오라기가 뱀처럼 고요히 뻗어 나와 생명을 지닌 듯 부드럽고도 정밀하게 자경에 감겨들었다.
그 신념은 거울의 핵심을 억지로 파고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교한 방식으로 자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