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두 손가락을 펴 보이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난 칠백만 근의 오품 정석을 황촌의 명예 손상에 대한 보상으로 받겠다고 했어. 내가 지나친 거야?”
그의 음성은 강철처럼 단단했고 말끝마다 흔들림이 없었다.
“내 규칙대로라면 이런 짓거리는 열 배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가벼워! 아예 수련을 폐하고 천로에서 내쫓아도 인자한 처사지! 황보재혁의 체면을 생각해서 고작 두 배에서 멈춘 거야.”
“삼백오십만의 빚에 칠백만의 보상을 더해 합계 천오십만 근. 마지막엔 내가 깎아줘서 천만 근만 받은 거야. 정말 내가 그놈을 곤란하게 만든 거 맞아?”
그의 준엄한 추궁은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서현지는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으나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천후가 내놓은 계산은 낱낱이 명확했고 논리는 철통처럼 빈틈없었다. 그녀는 숨이 막힐 듯한 무력감을 느끼며 주저앉을 지경이었다.
사실 그녀도 이전에 오라버니에게 이런 비도덕적인 짓을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민국은 탐욕에 눈이 멀어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이렇게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동생마저 빚의 담보로 끌려오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눈물이 다시 눈가에 고였고 서현지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간절하게 입술을 떨며 속삭였다.
“알아요. 이번 일은 분명 제 오라버니가 잘못했어요. 그쪽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리 오라버니는 정말 그 많은 정석을 드릴 수가 없어요.”
“오라버니가 도박에 빠져 지내는 건 그쪽도 아실 텐데 요즘엔 계속 내리 지고만 해서 거의 알거지가 되었어요. 몸에 남은 건 십여만 근이 전부예요. 오라버니를 팔아도 뼈를 짜서 기름을 내도 결코 천만 근은 못 마련해요.”
그 절박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이천후의 얼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눈빛조차 파르르 떨리지 않았다.
“그건 그놈의 문제야.”
뼛속까지 시린 냉정함이었다.
“빚졌으면 갚아야지. 그게 정석이든 명예든 반드시. 서민국이 돈이 있든 없든, 도둑질을 하든 강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