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82장

그러나 그 고대의 장엄함 속에는 죽음만 깃들어 있지는 않았다. 중궁은 결코 정적에 잠긴 사원이 아니었다. 중앙대로를 따라 신천이 졸졸 흘러내리고 맑디맑은 강물은 옥대처럼 굽이쳐 전 궁전을 관통하고 있었다. 강바닥도 범상치 않았는데 모래 대신 별빛처럼 반짝이는 성진의 자갈이 깔려 있어 마치 은하가 발밑에서 흘러가는 듯했다. 더더욱 눈을 의심케 한 것은 맑은 강물 속을 유영하는 존재였다. “저건... 용인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무리를 이루어 헤엄치는 것은 다름 아닌 교룡이었다. 길이가 수십 미터에 불과한 어린 교룡에서 백 미터를 훌쩍 넘는 태고의 유종까지. 어떤 놈은 온몸이 먹빛처럼 검고 비늘이 서슬 퍼렇고 어떤 놈은 불길처럼 붉게 타올라 수염이 불꽃처럼 흩날렸다. 또 다른 교룡은 은빛 비늘을 번뜩이며 수정 같은 투명한 뿔을 머리에 인 채 헤엄치고 있었다. 전설 속에서나 들을 수 있던 괴력의 존재들이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관상용 잉어마냥 여유롭게 꼬리를 흔들며 물살을 갈랐고 때로는 흉악한 용두를 내밀어 천지의 정화를 삼켜 올리기도 했다. 번뜩이는 비늘, 춤추는 듯한 수염, 위엄을 드러내는 뿔, 그 하나하나가 보는 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스읍!” 이천후는 넓은 세상을 경험한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절로 숨을 들이켰다. ‘교룡을 그저 물고기 삼아 기른다고?’ 천기 성지의 수단과 기개는 그의 상식을 또 한 번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는 호기심에 신식을 넓혀 강 주변을 훑었고 그 찰나 두피가 얼어붙는 듯한 전율이 밀려왔다. “저건... 하얀 거북 아니야?” 이천후의 시선은 어느덧 눈길조차 잘 가지 않는 한 연못가에 멈췄다. 그곳에 방아만 한 크기의 늙은 거북이가 엎드려 있었다. 그것의 몸 전체는 옥처럼 희고 등껍질 위의 문양은 고대의 비밀을 새겨 둔 듯 심오했다. 그 표면에 마치 세월의 강이 흐르는 듯한 은은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는데 거북의 등껍질이 백화하는 것은 곧 천지가 내린 상서로운 징조라 전해진다. 옛 전설에 따르면 이런 영귀는 수명이 끝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