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89장

연이어 쏟아지는 정보는 마치 거센 파도가 몰아치듯 이천후의 인식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옥좌 위에서 천진한 눈망울을 깜박이고 있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며 그 작디작은 몸 안에 혹여 하늘을 뒤집고 비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힘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떠올리는 순간 말도 안 되는 괴이한 감각이 그를 자리에 못 박듯 얼어붙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옥좌에 앉아 있던 어린 소녀가 드디어 움직였다. 그녀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복숭아빛 입술을 살짝 열었고 맑고 또렷한 아이의 목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구르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지만 그 속에 담긴 말의 무게와 위엄은 무극전을 가득 메운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다. “내가 닦는 법문은 남달라서 갓난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품고 낳고 거두며 끊임없이 윤회하는 것이지. 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내가 여덟 살일 적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담담한 설명이지만 이천후의 식해에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영아에서 노년이 되었다가 다시 영아로 되어 그것을 반복하며 윤회한다는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천도를 거스르는 수단이다. 이천후는 수많은 고서를 탐독하고 천로를 주유하며 자부할 만큼 견문을 쌓았지만 이런 기이한 공법은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흔적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간 자체를 새롭게 짜 맞추는 이치가 아닌가. 이천후의 등골로 서늘한 한기가 흘러내렸다. 눈앞의 어린 소녀에 대한 그의 인식은 순식간에 바닥을 찌르고 다시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소녀의 존재감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았다. “네가 이천후냐?” 천기 성수의 시선이 이천후를 향했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천진무구했지만 그 안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압도적인 깊이가 서려 있었다. “지금 태허 천로 위에서 네 이름이야말로 천하를 뒤흔들고 있지. 인간족 제일 천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구나.” 이천후는 고개를 숙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오는 두근거림을 억눌렀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저 우연이 겹쳐 제가 조금의 허명을 얻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