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성수의 앳된 입술이 살짝 오므려졌고 마치 방금 들은 이천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하는 듯했다. 잠시 고요가 흐른 뒤 그녀는 문득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는 이천후의 가슴을 벼락처럼 후려쳤다.
“선양성수 같은 신물이라면 본 성수의 손에는 없다. 하지만...”
천기 성수의 말끝이 부드럽게 꺾였고 작은 손가락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들려졌다. 그 섬세한 동작이 마치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 듯했다.
“우리 천기 성지 안에 이 물건을 가진 이가 있지. 게다가 양도 꽤 넉넉하다.”
“누구요?”
이천후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한 줄기 희망이 그의 가슴속에서 타올랐다.
천기 성수의 입가가 가볍게 휘어졌고 의미심장함 속에 장난기 섞인 웃음이 묻어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그 이름을 또렷하게 토해냈다.
“여섯째 성녀.”
쿵.
이천후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조금 전까지의 간절함은 순식간에 놀람으로, 놀람은 곧 설명하기 힘든 난처함으로 바뀌었다. 뜨겁게 치밀어 오른 열기가 뺨으로 번지더니 귀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어찌 하필 그녀란 말인가. 이천후를 가두어 놓고 죽음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몸부림치던 끝에 결국 꽤나 친밀한 접촉까지 했던 여섯째 성녀 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천후가 엄청난 이득을 본 셈이었다.
그때 그는 살아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 여섯째 성녀의 옷을 다 벗겨내다시피 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말 그대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었다. 그래서 그때 생긴 원한은 너무나도 깊었다.
“여... 여섯째 성녀요?”
이천후는 침을 삼키며 최대한 태연한 척했다.
“그분이 어떻게 그런 천계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신물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까?”
천기 성수는 그의 곤란한 기색을 못 본 척했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듯 보였다.
“그건 여섯째 성녀의 조상에게서 내려온 유산이지. 여섯째 성녀의 한 선조는 우리 천기 성지에서도 손꼽히는 기재였고 성경의 꼭대기에 이르렀던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