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6장

“무엄하다!” 그 한 마디는 천둥처럼 전각을 울리며 터져 나왔다. 이천후는 분노로 붉게 물든 채 더욱 차갑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원희의 얼굴을 바라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끝났다... 원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졌네!’ 조금 전의 고요함은 모두 가면일 뿐, 이 여자가 원한을 떠올리면 하늘과 땅을 무너뜨릴 기세로 몰아붙였다. “원희야.” 천기 성수는 한 치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일은 본 성수가 이미 숙고하여 확인을 마쳤다. 너는 다만 선양성수를 내놓으면 된다.” 원희은 입을 굳게 다물고 가느다란 눈썹을 매섭게 찌푸린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깊은 불만이 역력했고 가슴은 거칠게 오르내리며 격렬한 내적 갈등을 드러냈다. 성수에 대한 충성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계의 신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그녀는 끝내 순순히 따를 수 없었고 결국 침묵으로 무언의 저항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기 성수는 그녀의 고뇌 따위는 아예 보지 못한 듯 가볍게 툭 내뱉은 말이 곧 무쇠망치처럼 원희의 가슴을 후려쳤다. “명령이다! 만약 이천후가 백 개의 육문 혈과를 길러내는 데 성공한다면 본 성수가 직접 주관하여 그 절반을 너에게 내어주겠다.” 오십 개의 육문 혈과라니, 그 숫자는 단숨에 원희의 내적 방어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일 뿐만 아니라 성수가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고 미래의 위상을 끌어올려 준다는 상징이기도 했다. 가슴속에서 아무리 의심이 끓고 아무리 불만이 터져 나오며 아무리 조상 유물을 내주는 것이 아까워도 성수의 절대 권위 앞에서, 그리고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그녀의 고집은 한낱 연기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원희는 숨을 고르더니 마침내 성수가 앉아 있는 쪽을 향해 다시 한번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분명하고 흔들림 없는 복종을 담고 있었다. “성수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그제야 이천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재빨리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