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가 세심히 감응하자 자신의 혈맥 깊숙한 곳에서 새로이 피어난 힘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속에 폭려하고 탐욕스러우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자 하는 고대의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것이 융합되자 이천후의 혈맥은 전보다 한층 강해졌으며 생명 정기는 더욱 왕성해졌다.
다만 이번 증폭은 처음 몇 차례 융합했을 때처럼 극적이지는 않았다. 이미 수많은 혈맥을 삼켜 진화해 온 그의 혈맥은 지금에 이르러 광활하기가 바다와 같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비록 이번에 융합한 도철의 혈맥이 막강하더라도 그것은 대양 속으로 합류한 한 줄기 강물과 같아 파도를 일으킬 수는 있으되 바다의 수면을 육안으로 볼 만큼 급격히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셈이었다.
그런데도 혈맥의 본질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강대해지고 동시에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만악 성자의 정혈 속에 도철 일족을 세상에 널리 알린 그 불멸의 천부 신통, 포식 신통의 각인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혈맥의 순도가 충분히 높지 않았거나 혹은 만악 성자가 끝내 그 신통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천후가 얻은 것은 도철 혈맥의 근원적인 힘뿐, 그 핵심 신통은 손에 넣지 못했다.
‘상관없어. 아직 혼돈액이 두 방울 남아 있으니까 대용혈술을 두 번 더 펼칠 수 있어.’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눈빛을 번뜩였다.
‘나에겐 더 강대하고 더 완전한 정혈이 필요해.’
그 순간 수많은 천교들의 모습이 그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중 대부분은 적대 세력인 지존연맹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곧 한 이름이 이천후의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바로 세찬 태자.
그는 순혈 금오 일족 가운데서도 최정상에 속하는 인물이자 십대 태자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절정의 강자였다. 세찬 태자의 정혈이 강대하고 순수하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정혈 속에 금오 일족의 상징이자 극양극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분천주해의 보물 신통이 완벽하게 각인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