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8화

“그래, 나도 이렇게 목숨 붙은 채로 돌아갈 줄은 몰랐지.” 김성호는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하연은 그의 말 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리며 추궁했다. “성호 오빠,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 순간 그녀는 김성호의 말투가 여전히 평소처럼 유쾌하긴 하지만 귀 기울이면 숨소리와 기운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민감하게 알아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유하연은 목소리를 높이며 다급하게 물었다. “오빠, 지금 다친 거지?” 그 말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아람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그걸 다 알아챈 거야?” 김성호는 당황한 듯 얼버무리며 답했다. “아니, 별일 아니야. 그냥...” “성호 오빠!” 유하연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나한테 숨기지 마!” “알았어.” 유하연 성격을 잘 아는 김성호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말했다. “맞아. 다치긴 했어. 그야말로 구사일생이지. 누군가 판 함정에 걸려들었어. 네가 미리 경고해 준 게 아니었다면 아마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간신히 달아나도 그놈들이 끝까지 쫓아왔고 나중엔 유도경 쪽 사람을 만나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그 사람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너는 아마 내 연락도 받을 수 없었을 거야.” 금삼각 같은 곳에서 한 사람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유도경의 이름을 듣고도 유하연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유도경, 유동민, 성세은 등과 접촉할 때 그들이 이미 금삼각에서도 자신의 세력을 어느 정도 배치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도경은 김성호 귀 뒤에 있는 문신을 알면서도 왜 구해준 걸까?’ 궁금했지만 유하연은 더 묻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엔 운이 좋았던 거야. 다음에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어. 이미 다쳤다면 그냥 돌아와. 그곳은 오빠 목숨을 내던지는 곳이야.” “알아.” 김성호가 나지막이 답했다.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찾아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