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사의 가면은 이미 벗겨져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고 피투성이였으며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듯 등 뒤까지 핏자국이 번져 비참한 몰골이었다. 그는 기운이 다 빠진 듯 고현우의 손에 질질 끌려왔다.
“어떻게 잡은 거야?”
유하연이 고개를 들어 유도경을 바라봤다.
유도경은 고현우에게 그를 바닥에 내던지게 한 뒤 쓰러진 가짜 의사를 마치 죽은 개처럼 발로 한번 걷어차고는 담담히 말했다.
“이게 네가 숨기고 싶었던 일이야?”
유도경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왜? 내가 ‘폭풍의 눈’을 탐내기라도 할까 봐? 아니면 방시안의 일기가 내 손에 들어올까 봐 두려운 건가?”
유하연이 오래전부터 박미자의 죽음이 유도경과 관련된 건 아닌지 의심해 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5년 전, 유하연은 유도경이 박미자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도 그 불신은 풀리지 않았다.
비록 유도경은 유하연에게 약초까지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믿음을 얻지는 못했다.
“난 단지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뿐이야.”
유하연은 담담히 받아쳤다.
“의심받기 싫다면 스스로 증거를 찾아와서 결백을 증명해.”
그 말에 유도경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유 대표는 말재주가 참 좋아. 남을 부려 먹는 데는 선수군.”
유하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저 제안일 뿐이야. 무시해도 상관없어.”
유도경은 코웃음을 치며 발치에 쓰러져 있는 가짜 의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사람은 데리고 왔으니 네가 원하는 증거는 직접 가져가.”
그 말에 유하연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녀가 가짜 의사에게 닿기도 전에 가짜 의사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봤다.
곧바로 숨이 가빠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거친 숨소리가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듯 울려 퍼졌다.
“안 돼!”
유하연이 굳은 얼굴로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가짜 의사의 머리가 옆으로 툭 꺾이며 검은 피가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숨이 끊겼다.
“죽었어요.”
고현우가 가짜 의사를 살펴본 뒤 냉정하게 말했다.
“죽었다고? 어떻게 죽을 수가 있지?”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