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훔친 거야?”
책상 위에 놓인 ‘폭풍의 눈’을 바라보는 유하연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가 복잡한 심경으로 부정빈을 바라보자 부정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번 엄마가 그렇게 말씀했을 때 막지 않은 건 사실 내 마음속에 아직 아주 작은 기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부정빈은 잠시 유하연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단호히 거절하는 걸 보고 그 기대조차 가지면 안 된다는 걸 알았어. 우리 사이는 네가 말한 것처럼 인연이 아닌 거야. 그렇다면 억지로 붙잡는 건 그만두는 게 맞겠지. 내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널 묶어둘 순 없잖아.”
그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들더니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엄마가 낮잠 주무실 때 훔쳐 나왔어.”
그 말에 유하연은 한동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들키면 이모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으실 텐데...”
신수아라면 분명 가차 없이 아들의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추궁할 게 뻔했다.
“괜찮아.”
부정빈은 목소리를 낮추며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완벽히 준비해서 훔치기 전에 똑같이 만든 가짜를 미리 갖다 놓았거든. 엄마가 맨날 보석을 사대긴 해도 진품 감정은 하나도 몰라. 눈속임하기 딱 좋은 거지.”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게다가 그 모조품, 전문가 아니면 구분 못 해.”
“그래도 이렇게 몰래 가져오는 건 좀...”
유하연은 여전히 주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씨 가문에 중요한 물건이라며. 이렇게 슬쩍 가져가는 건 부씨 가문에도 누가 되는 거잖아.”
“그냥 물건일 뿐이야. 살아있는 사람 먼저 생각해야지.”
부정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전에 한 번 잃어버렸다가도 결국 다시 찾았잖아. 이번에도 똑같아. 잠시 내주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방법이 있겠지. 어차피 살아 있는 동안 내가 다시 가져오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는 여전히 망설이는 유하연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