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피투성이가 된 손바닥 하나가 유하연과 연정의 앞에 놓였다.
그 손바닥에서는 아직도 피가 철철 흘러넘쳤고, 상자도 피에 흠뻑 젖어 여는 순간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뒤로 물러서는 유하연과는 달리 연정은 차분하기만 했다.
연정이 고개 숙여 한참 보더니 말했다.
“20대 초반 여자의 손으로 보여요. 냉동 상태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할 때쯤 녹아버린 것 같아요. 게다가 손가락 하나가 부족한데 상처를 봤을 때 누가 부러뜨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미 며칠 전에 이렇게 되었을 가능성도 보이고요.”
유하연은 연정이가 법의학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이런 것도 알고 있다니.’
그러나 연정은 사실 개인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스승이 있었다.
그 스승은 박미자와 연관된 인물로 연정이의 뱀이 주인을 알아봐서야 연정을 찾아왔다. 유하연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알길 원치 않는 걸 알고 일부러 피해 다니면서 모르는 척했다.
‘연정이가 스승을 따라 많이 배운 모양이네.’
“손가락이 하나 부족하다고?”
방금 황정숙이 초인종 소리를 듣고 공포에 휩싸였던 모습과 상자를 보자마자 기절한 모습이 떠오르자 유하연은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문을 닫고 연정이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가서 노트북으로 아파트 출입구의 CCTV를 확인했다.
며칠 전 것부터 확인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3일 전 오후에 멈추는 순간 유하연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있네.”
‘CCTV에까지 손을 대다니. 삭제했다고 내가 밝혀내지 못할까 봐?’
유하연은 누군가가 찾아와서 황정숙을 협박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손놀림이 더욱더 빨라졌다.
그녀는 곧 삭제된 영상을 복구할 수 있었다.
연정도 고개를 내밀어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3일 전 오후 세 시 반경, 황정숙이 막 장을 보고 요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황정숙이 손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는데 오늘처럼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상자만 하나 떡하니 놓여있었다.
그 상자를 보면서 잘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