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있던 유도경은 날아온 유리 파편 때문에 몸 곳곳에 뼈가 보일 정도의 상처가 많았다. 그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쥔 채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그 끔찍한 장면을 떠올린 유하연은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유도경!”
유하연은 창문을 열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유도경! 죽은 척하지 말고 일어나 봐. 일어나라고.”
끝없이 쏟아지는 빗소리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유하연의 목소리를 모두 가려버린 듯했다.
유도경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유하연이 이를 꽉 깨문 채 차 문을 열고 유도경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순간, 그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도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눈앞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지만 부상을 확인할 새도 없이 곧바로 유하연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하연이 무사한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도착했을 때 유하연의 차량이 전복될뻔한 걸 보고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그냥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온 것이다.
차량도 완전히 폐차되었고,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위험할 것 같았다.
눈사태가 이미 한 차례 발생했으니 이 날씨를 보아하니 뭔가 또다시 발생할 것 같았다. 이곳은 위험했기에 일단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아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유도경!”
유하연의 고함이 들려왔다.
유도경은 정신 차리려고 머리를 흔들면서 간신히 차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동작 하나가 그를 기진맥진하게 했다.
폭풍우가 너무 거세서 움직이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더욱이 지금 그는 혈색도 없이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
유도경의 움직임을 본 유하연은 힘을 다해 차 문을 열고 옷을 찢어 한쪽은 차에 묶고 다른 한쪽은 허리에 동여맸다. 유도경이 바람에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할 때 유하연이 그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거의 모든 힘을 다해서야 마침내 자기 차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유도경은 운전석에, 유하연은 조수석에 앉았다. 비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