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경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아마 곧 교통경찰이 올 거로 생각하고 유하연을 차에 태우고는 시동을 걸어 이곳을 떠났다.
“안 해도 돼. 유승준의 존재를 알고 나서 친자확인을 해봤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어.”
정말 유동민의 친자식이라는 결과에 유도경은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유하연은 고개 돌려 유도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감정 변화하나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아마도 이미 무뎌졌을 수도 있었다.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도 이렇게 침착했을까?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여도 그동안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까...’
유하연은 결국 자기랑 아무 상관 없다는 생각에 시선을 거두고 입술을 깨문 채 통화버튼을 눌렀다.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거야.”
전화기 너머에서 유동민의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짐승이 포효하는 것만 같았다.
“승준이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무슨 짓이라도 했다간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끝까지 갈 거라고. 두고 봐.”
유하연이 휴대폰을 멀리하면서 혀를 찼다.
“사람 데려가고 싶으면 내일 교외에 있는 폐공장으로 오세요. 꼭 혼자 오셔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저희 둘 다 참을성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소리 좀 그만 질러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미친개인 줄 알겠어요.”
유하연은 전화를 끊고 지금쯤 분노하고 있을 유동민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속이 시원했다.
“기분 좋아?”
유도경은 백미러를 통해 유하연의 표정을 보면서 똑같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유하연이 의자에 기대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항상 내가 끌려다니는 처지였는데 이제는 내가 주도권을 잡을 차례야.”
유하연은 이틈을 타 유동민을 마음껏 비웃고 싶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유도경은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렸다.
“유승준 때문에 감히 경솔한 짓은 못하겠지만 아버지 뒤에 독사가 있다는 걸 명심해.”
유하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독사가 도와줄 수도 있다는 말이야?”’
‘유동민 회장이 독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