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내 말이 곧 법이니까.”
유도경의 강압적인 태도에 연정은 콧방귀를 뀌었다.
유도경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제일 많이 줬으니까 내 말대로 해야 하는 거지.”
연정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면 블랙카드 따위 필요 없어요.”
연정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유하연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가려 했다. 작은 양동이와 삽을 들고 무척 신나 보였다.
하지만 유도경이 유하연 앞을 가로막으면서 물었다.
“이대로 나갈 거야?”
“뭐 문제라도 있어?”
유하연은 자기 옷차림을 확인했지만 뭐가 문제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비서가 준비해준 이 수영복은 재질도 좋고 디자인도 깔끔했으며 원피스 스타일이라 움직이기도 아주 편했다. 그녀에게는 흠잡을 데 없는 수영복이었다.
‘비서가 참 꼼꼼해.’
하지만 유도경의 시선은 유하연의 등과 가슴으로 향하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파였잖아.”
유도경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키 큰 그의 각도에서는 유하연의 봉긋한 가슴이 절반 이상 보였고, 등도 허리까지 훤히 보였다.
유하연은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지금 바닷가에 놀러 온 거야. 밖에 비키니 입은 사람들 못 봤어?”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면 이 수영복은 거의 보수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밖에는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옷을 입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유도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유하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외선 차단 옷을 유하연에게 입혔다.
“밖에 햇볕이 강해. 이거 자외선 차단이 잘되는 옷이야. 화상 입으면 골치 아픈 일이잖아.”
유도경이 진지하게 말했다.
“난 네가 나중에 아플까 봐 걱정하는 거야.”
유하연은 자외선 차단 옷을 벗으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이 자외선 차단 옷은 바람이 잘 통해서 답답하지도 않고 오히려 시원하기만 했다.
“가자.”
유하연은 그렇게 자외선 차단 옷을 입은 채 연정을 데리고 바닷가로 향했다.
유도경은 천천히 뒤를 따랐다.
“하연아.”
연정과 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