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화

윤시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 얇은 입술이 느리게 열렸다. “그 답은 수아가 깨어나야 알 수 있겠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응급실 문이 열렸다. 윤시혁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사가 다가오며 말했다. “환자분은 전반적인 검사를 마쳤습니다. 경미한 뇌진탕, 이마에 부기가 좀 있고요. 등, 얼굴과 몸에는 가벼운 상처가 조금 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늘 하루 입원해 경과를 보시고 내일 이상 없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휴.” 윤정후가 안도하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형, 내가 뭐랬어.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윤시혁의 미간은 더 깊이 구겨졌다. “몸과 얼굴에 난 상처 말이에요. 혹시 흉터가 남을까요?” 낮게 묻는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여자라면 얼굴에 난 흉터에 민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물며 임수아는 지금 촬영 중이었다. 흉터가 남는다면 배우로서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의사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굴이나 몸에 난 상처는 모두 경미한 정도라 약만 잘 바르면 금방 회복될 겁니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흉터 연고를 쓰셔도 되고요. 등 쪽은 상처가 조금 크지만 회복 후 연고를 바르면 흉터는 남지 않을 겁니다.” 그제야 윤시혁은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의사는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곧 침대에 실려 나온 임수아는 병실로 옮겨졌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다. 이마의 부기와 몇 군데의 상처가 보는 이의 측은지심을 한층 더 자극했다. 윤시혁은 단단히 다문 입술 끝을 살짝 굳힌 채 곁에 있던 윤정후를 돌아봤다. “넌 리조트로 돌아가. 여기서는 내가 지킬 테니까.” 굳이 두 사람이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윤정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난 가볼게.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돼?” “응.” 윤정후가 떠난 뒤, 넓은 병실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윤시혁은 불을 모두 껐다. 그리고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