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구는 방금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
“여기 이소현 변호사님이랑 취미 쪽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기분이 격해졌었어요.”
옆으로 떨어뜨린 손바닥을 조여진 이소현은 강지태의 눈빛을 마주하고는 정중하고도 거리감이 있게 강 대표님이라 불렀다.
주임은 평소에 사무소에 자주 머물지도 않고 연예계 뉴스에도 관심이 없는 터라 윤란희가 누군지는 알아도 윤란희와 강지태 사이의 열애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눈 앞의 강준 그룹 대표가 이소현의 전남친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말이다.
허나 비록 강지태와 같은 신분의 인물과 접촉했던 적이 없긴 하나 눈치가 빠른 그는 덩화 그룹 대표가 젊은이한테 굽신거리는 걸로 보아 젊은이 신분이 남다르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도 따라서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강지태는 이소현한테 시선을 옮겼다.
오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높은 포니테일 운동복 차림은 여대생처럼 보였다.
생기 넘치고도 화사한 그 외모에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쩐지 방금 그놈이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니...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강지태는 짧은 치마 아래 늘씬하고도 하얀 이소현의 다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토록 예쁜 옷차림으로 두 늙은이와 함께 있는 모습에 그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외투를 벗어 그녀의 허리에 두르고 그녀를 데리고 여길 떠나고 싶었다.
허나 그는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 나누세요.”
강지태는 그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오늘 A국으로 돌아온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골프장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친구의 이름은 심연수였고 A국 부원주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친구 덕분이었다.
거리가 멀어지고 나자 강지태 옆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심연수는 즉시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지태야, 저분 그때 뵀었던 약혼 상대 아니야? 왜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지?”
이민 간 후 10여 년 동안 A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