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사모님께서 이미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을 거예요. 지금 사모님께서 대신 회사를 관리하고 있는데 당연히 어르신께 해를 끼칠 리가 없잖아요. 단지 존중하는 마음에서 사인을 부탁하는 것이고 어르신의 사인을 받아야만 학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어요.”
말하는 사람은 용태희의 비서였고 용태희가 비서에게 이런 말을 시켰다는 건 굳이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용진숙에게 욕이라도 들을까 봐 정작 용태희 본인은 오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용진숙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회사를 넘기고 결정권을 맡기려는 건지 시험하는 것도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용진숙도 용태희의 속셈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들추지는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미 물러난 상태나 다름없는데 내가 사인하면 사람들이 태희가 나한테 의지한다고 생각하잖아. 그러면 걔가 어떻게 용성그룹을 완전히 장악해?”
비서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용진숙은 비서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덧붙였다.
“내가 보고서를 원한 건 태희가 홀로 나설 수 있고 사람들도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야. 안 그래?”
비서는 말문이 막혔고 용진숙은 손을 내저었다.
“가서 태희에게 전해. 조심하라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
비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용진숙은 미소를 지었고 비서도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나간 뒤 신이서가 문을 두드렸다.
용진숙은 비서가 또 다른 핑곗거리를 들고 온 줄 알고 다소 짜증이 났다.
“들어와.”
들어온 사람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이서야, 여긴 무슨 일이야?”
“산부인과 검진 받으러 왔다가 잠깐 뵈러 왔는데 우연히 두 분 얘기 들었어요. 그게...”
신이서는 물어봐도 될지 몰라서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다.
송서림이 말을 이어갔다.
“용태희 쪽 사람인가요? 무슨 일 있어요?”
용진숙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태희가 이젠 나한테까지 수작을 부려. 날 문제가 있는 땅의 공사 결정권자로 만들어서 나중에 무슨 일이 잘못되면 내 탓으로 돌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