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수도 일어나 서재로 가서 일을 처리했고 신이서는 외할머니와 말장난을 하다가 핑계를 대고 용희수가 있는 서재로 왔다.
“엄마, 엄마도 염수정을 싫어하죠?”
용희수는 신이서를 힐끗 본 후 계속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 우리가 무슨 생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제일 중요한 것은 외할머니가 좋아하거든.”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실은 답을 명확히 말해준 것과 마찬가지다. 역시 엄마도 염수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대답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된 신이서는 며칠 동안 그늘이 졌던 마음 한구석이 순식간에 밝아진 것 같았다.
용희수는 염수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염수정이 과분한 일을 하지 않으면 괜찮았다.
“그럼 외할머니가 염수정이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면 어떻게 할까요?”
외할머니의 태도를 잘 알 수 없었던 신이서는 엄마에게 넌지시 물었다.
신이서는 이 일이 크게 번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외할머니가 슬퍼할까 봐 걱정했다.
용희수는 오늘 신이서가 왜 굳이 외할머니 앞에서 염수정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는지 대뜸 알아차렸다. 외할머니의 태도를 떠보려고 한 게 틀림없다. 다행히 자신이 제때 반응해서 말을 얼버무리며 위기를 면했다.
용희수는 길게 한숨을 내쉰 후 생각하다가 말했다.
“만약 단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외할머니가 더 신경 쓰게 할 수 있어.”
엄마의 말을 들은 신이서는 김빠진 공처럼 축 늘어졌다. 지금 가진 증거로는 염수정을 고발하기에 부족했고, 외할머니가 심보 고약한 사람에게 속지 않도록 지켜주려 해도 외할머니의 정서를 고려해야 했다. 최근에 외할머니가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신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신이서가 다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용희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지금 이 평형을 깨지 마. 외할머니는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신이서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엄마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녀는 존경하는 표정으로 용희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