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서는 유재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염수정이 이런 기회를 얻고 해외 유학을 할 수 있는 것이 회사로부터 중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재준도 자신이 너무 에둘러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신이서에게 차를 따라주는 틈을 타서 또 한 마디 덧붙였다.
“오늘 아침 용 회장님이 불만이 있는 듯 말씀을 심하게 하셨어요. 이번 유학은 귀국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회사도 반드시 염 과장님에게 자리를 남겨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제야 신이서는 영문을 알아차렸다.
용희수는 염수정이 스스로 사표 낼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회사에서 학비를 대준다고는 하지만 생활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무급휴직이라 소득이 없는데다 외국에서 생활해야 한다. 기간이 짧으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돌아오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이 처리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그녀는 용희수가 이번에 이렇게 심하게 손을 쓴 것이 단지 자신의 화풀이를 위해서인지 몰랐다.
결국 염수정은 자신을 과대평가했고 신이서를 건드렸으니 용희수가 절대 그녀를 회사에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일은 좀 수상하지만 회사의 일에 관해 용희수는 줄곧 뱉은 대로 했다.
그녀는 오늘 왜 다들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신이서는 수능 전날로 돌아간 듯 미래를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용희수를 더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지난번 입찰에 성공한 프로젝트는 이미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 신이서는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오늘 저녁은 집에 가서 밥을 먹지 않고 회사에 남아 야근을 했다.
송서림은 그녀의 노력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고 대신 묵묵히 배달을 시켜주며 잊지 말 고 식사를 챙기라고 당부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사업부의 직원들이 거의 다 떠났다.
유재준은 떠나기 전에 와서 신이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신 부장님, 오늘 일을 마치고 먼저 들어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주세요.”
그를 올려다보던 신이서는 이미 창밖의 밤이 깊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