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림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뻔뻔하게 자신에게 따지러 오다니,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의 냉담한 반응은 너무 뜻밖이었다.
염수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온몸의 피는 굳어버린 듯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송서림이 떠나자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가 그날 밤 일을 부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머릿속이 엉망이 된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끓어오르는 원망을 쏟아냈다.
평소 처가에서 송서림은 매너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당연히 자신에게 책임을 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냉정하게 돌아설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송서림, 내가 정말 아무런 패도 없는 줄 알아!’
촉촉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점차 차가운 분노로 물들어갔고 어둠 속에서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신이서보다 더 젊고 아름다워 송서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고 송서림은 단지 용성 그룹의 재산과 지위 때문에 자신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동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음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고 용성 그룹을 무너뜨려 자기 손에 넣고 싶었다.
그녀는 송서림이 떠난 방향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손에 쥔 옥 팔찌를 꽉 쥐었다. 가녀린 손가락에서 피가 슴새나 올 듯 하얗게 질렸다.
그날 밤 이후.
아침에 눈을 뜨자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그녀는 그 옥 팔찌가 송서림이 자신에게 준 것이라고 확신했다.
염수정은 옥 팔찌를 계속 손목에 끼고 다녔다. 송서림이 준 것이라고 믿으며 두 사람의 정표처럼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그녀의 지나친 행동은 뒤에서 그녀를 조종하던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
염수정이 사람을 시켜 용성 그룹의 공사에서 발견된 결함을 정리해 이를 감독 기관에 직접 제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