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4장

“내 외조카.” 육호중이 미간을 찌푸리며 피식 웃었다. “보스, 우리 어릴때부터 같이 자라온 시간이 얼만데 보스한테 언제 외조카가 있었다고요! 허 선생님 외조카죠? 그 집안 사람들 진짜 친가족처럼 생각하네요 보스!” 고연화가 그런 육호중에게 눈을 부라렸다. “아무튼 건드리지 마. 착한 애야, 네가 함부로 갖고 놀 애 아니니까 마음 접어.” 보스에게 한 소리 들을게 겁나면서도 못마땅한듯 입을 삐죽거리는 육호중이다. “보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걘 착한 애고 난 나쁜 남자라는건가?” 못볼꼴까지 다 보고 자란 자식인데 어떤 놈인지 모를리가 있나! 순진한 척 하는 육호중을 못 봐주겠는지 고연화가 몸을 일으켰다. “간다!” “보스 잠깐만요! 내 차 저기 세워뒀는데 내가 데려다 줄게요!” 고연화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손을 저어보였다. “됐어! 택시 타고 갈게!” 고집스런 보스의 뒷모습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육호중이다. 보스는 늘 저렇게 검소하기만 하다, 어딜 갈때도 자차 하나 없이 말이다. 그때, 휴대폰 진동이 또 한번 울렸고 육호중이 고개를 숙였다. 유영이 보내온 도시락 사진이다. “부사장님, 오늘 점심입니다!” 육호중이 [맛있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이모티콘을 무심하게 툭 보냈다. 이 애송이가 허태윤 외조카라는거지? 근데 신월엔 왜 왔을까? 휴대폰을 거두고 트럭 뒤에서 나오려던 찰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우두커니 서있는 허태윤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마는 육호중이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육호중은 이내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허 선생님, 이렇게 직접 저희 공사 현장 감독하러까지 오셨군요?” ...... 건설 현장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고연화의 곁으로 웬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다가왔다. 창문이 내려오더니 이내 무해한 사슴 눈망울을 한 강현월의 얼굴이 쏙 내밀어졌고 강현월은 며칠전 병원에서의 일은 벌써 까맣게 잊었는지 늘 그랬듯 찬란하게 웃어보였다. “연화 언니! 이런데서 다 만나네요!” 고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신기하네요.” “언니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