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앉아 있어.”
지친 목소리가 역력한 소유미의 말투에는 미안한 마음이 약간 들어 있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번 일에서 솔직히 너도 피해자인데 내가 괜한 사람한테 화를 낸 것 같아. 아까는 내가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말들을 무심코 내뱉었어... 미안해.”
민서희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형수님이 왜 저한테 사과를 해요?”
삽시에 어쩔 바를 모르겠는 민서희는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저예요... 저 때문에 우성 오빠가...”
“너 아니야.”
소유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네가 우성 씨를 해한 것도 아니고 정작 우성 씨한테 손을 댄 것도 아니잖아. 정 탓을 할 거면 잔인한 사람을 잘못 건드려서 그런 거야... 어찌 보면 우성 씨가 다친 게 다행일 수도 있어. 안 그러면 이 후과를 네가 받았을 거잖아. 임신한 네가 다리마저 잃어버리면 평생 살아갈 여력도 없었을 거야.”
“...”
힘껏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서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소유미는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함께 통곡을 했다.
한참이 흘러 그들의 감정도 어느 정도 차분해졌다.
소유미가 물었다.
“우성 씨한테 전해 들었는데 우리하고 안성촌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혹시 나 때문이야?”
민서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안성촌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우성 오빠한테 말했듯이 일단은 숨어지내려고요. 박지환 씨가 지금은 저를 보호해 주지도 않는데 그 사람들이 절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안성촌이 제 고향이라는 걸 다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일단 숨어서 아기부터 낳고 미래를 생각하려고요.”
소유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 착한 사람한테 복이 들어온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어! 이 세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왕이야. 우리처럼 태어날 때부터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억압을 당하기 마련이잖아!”
민서희는 지금 이 순간 신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소유미의 말에 그지없이 동감을 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