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임진 씨?”
미간에 고통과 피로가 맺혀 있던 그는 여자를 똑똑히 확인하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민서희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글을 썼다.
“저 괜찮아요.”
민서희는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흘렀다.
임진이 또 글을 썼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민서희는 멈칫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요.”
눈시울을 붉힌 민서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솟구치는 감정을 억제하고 말을 건넸다.
“제가 미안해요. 그날 제가 옷 사러 가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돌아오는 길에 폭설로 길을 봉쇄하지도 않았을 테고 저녁에 굳이 따라나서겠다고만 하지 않았어도 옷을 벗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병세가 심하지도 않았을 거고... 이 모든 게 다 제 탓이에요.”
임진은 그녀의 손에 점을 찍으며 멈추라고 하고는 다시 사방을 뒤져 휴대폰을 찾았다.
“만약 여기에 누워있는 사람이 민서희 씨였으면 제가 더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멍해진 민서희는 목소리가 아연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입구에 도착한 진동연은 기침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의 연애를 방해했나 모르겠네?”
즉시 손을 뺀 민서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임진은 얼굴을 찡그리고 진동연을 못마땅해했다.
진동연은 부득이했다.
“나도 눈치 있게 피하려고 했는데 민서희 씨가 식사를 하지 않고 밤새 차를 탔을 걸 생각하니 걱정이 돼서 말이야.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제야 임진은 이마를 찌푸리고 휴대폰에 타자했다.
“식사 아직이에요?”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점심을 먹은 게 다이고 깨끗하게 소화되었지만 임진이 걱정돼서인지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었다.
임진은 아련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거리도 멀고 오느라 힘들었을 건데 집에 그냥 있지 왜 왔어요?”
“저 때문에 병에 걸렸는데 어떻게 안 올 수가 있어요.”
민서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모르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진동연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으니 입을 다물었다.
진동연은 웃음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