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호는 민서희를 향해 말했다.
“보아하니 윤서아와 민서희 중에서 민서희를 선택했나 보네.”
민서희는 머릿속이 터질 듯한 기분에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꿈인가? 꿈이겠지......
박지환처럼 오만하고 거만한 남자는 절대 진시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만족해?”
박지환은 비록 무릎을 꿇었지만 카리스마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진 빚은 내가 갚을 테니 민서희 그만 풀어줘.”
“글쎄......”
진시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박지환을 약 올렸다.
“고귀하신 박 대표님께서 나한테 무릎을 꿇었다니 아주 놀라운걸? 그런데 고작 그 무릎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
박지환은 안색이 굳어졌다.
“무릎만 꿇으면 된다고 했던 거 아니었나?”
“맞아.”
진시호는 통쾌하게 웃었다.
“민서희 풀어준다는 말은 안 했는데? 꿇으면 더는 이 여자 괴롭히지 않겠다는 뜻이야.”
박지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지만 주먹을 꽉 쥔 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진시호는 더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는 박지환이 만단의 준비하고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혼자 왔다.
정말 간도 큰 놈이다.
전에는 윤서아 때문에, 지금은 민서희 때문에 미친 놈처럼.
“하지만 나도 막무가내가 아니라고.”
진시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무심코 말했다.
“머리라도 조아리면 없었던 일로 해주지.”
박지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시호가 계속 말했다.
“근데 나 너무 착하지 않냐? 너한테 그렇게 터지고 병원까지 갔었는데 이렇게 쉽게 넘어가 주겠다고 하다니. 난 정말 너무 착해빠졌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오히려 한 대 맞고 끝나는 게 훨씬 나을 법하다.
박지환은 속이 역겨웠다.
게다가 진시호처럼 비겁한 놈은 절대 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들어주면 또 다음 요구가 끝없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민서희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마음을 안정시킨 뒤에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박지환 씨, 난 당신의 가식 따윈 필요 없어요.”
모두의